프리레인강남(freerein)은 강남 구청역 3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커피 로스터리 카페입니다.
1층 제외한 전층 병원 건물로 사용되는 신축 건물이었는데요.
1층에 20평 남짓한 공간을 카페 매장으로 이용하시기 위해 프로젝트를 요청해주셨어요.
20평은 큰 평수는 아니기 때문에 카운터와 주방이 자리 잡고 나면 손님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많이 나오지 않았어요.
4면 유리창과 입구 동선 등을 파악하였을 때 굉장히 다양한 레이아웃은 나오지 못하는 제한적인 공간이었죠.
강남의 카페
클라이언트와의 첫 미팅에서는 어떤 카페를 운영하고자 하시는지, 그리고 그에 맞는 어떤 공간을 원하시는지 들어보았어요.
프리레인은 분당 정자동에 본점이 위치해 있어요.
고심끝에 강남에 2호점 카페를 차리셨고, 그 과정이나 고민하신 부분들을 이야기해주셨죠.
강남은 워낙 카페들이 많이 있고 경쟁이 치열한 곳이죠.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 공간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부분에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시더군요.
저희 역시 많은 공감이 되었습니다.
사전 답사에서도 주변에 카페 밀도가 굉장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까요.
뻔하지 않은 카페
그렇다면 '이렇게나 많은 카페들 중, 어떻게 소비자에게 선택 받을 수 있는 카페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였어요.
그 시작은 프리레인이라는 상호를 풀어나가는 것이었죠.
프리레인은 '무제한의 자유'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클라이언트가 추구하는 방향은 무언가 틀에 박혀있지 않고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카페였어요.
브랜드 이름과 걸맞게 인테리어 역시 틀에 박히지 않은 색다른 옵션을 적용해 볼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답니다.
작은 평수이지만 초반에 다양한 레이아웃의 옵션을 열어두고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프리레인'이라는 브랜드의 컨셉에 걸맞게 틀에 벗어나 색다른 타입의 레이아웃과 마감재 등을 고민했어요.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효율성을 따르다 보면 전형적인 '카페'의 모습이 되지요.
그보다 시선을 끌고 호기심을 자극 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지속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다만, 너무나 실험적인 공간은 누구에게나 부담이 될 수 있죠.
이 부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절충안을 고민해가며 클라이언트와 함께 의견을 조율해 나갔습니다.
공간의 효율성은 어느 정도 유지하되, 익숙함 안에서 신선함을 추구할 수 있는 옵션으로 방향성을 잡았어요.
톤앤매너
공간의 분위기와 톤앤매너는 여러 가지 레퍼런스와 함께 논의되었어요.
기존 천정이 이미 콘크리트 노출 천정이었기 때문에 그 점을 그대로 활용하기로 하였죠.
최대한 층고도 살리면서 답답하지 않은 공간을 구성할 수 있었어요.
이 과정에서 클라이언트께서도 아주 다양한 레퍼런스를 적극적으로 보여주셨었는데요.
그만큼 디자인에 관심과 욕심이 많으신 것이겠죠?
이렇게 많은 레퍼런스 중에, 콘크리트와 금속 스테인리스 재질을 주 마감재로 활용하는 안으로 좁혀졌어요.
굉장히 정돈되면서도 모던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디벨롭이 되었답니다.

하지만 자칫 콘크리트와 스테인리스는 너무 차가운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었죠.
보다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요소가 필요했어요.
고민 끝에 바닥재를 콘크리트나 시멘트가 아닌 웜톤의 타일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타일 자재샵을 정말 여러 곳을 다니며 웜톤의 타일들을 보았죠.
(저희는 한정된 자재 업체만을 활용하지 않고, 프로젝트에 맞는 자재를 찾기 위해 많이 노력한답니다ㅎㅎ)
다양한 샘플을 보여드렸고, 벽돌과 오렌지 계열의 테라코타 느낌이 나는 타일을 선정하게 되었어요.
테라코타 자체는 물을 흡수하고 얼룩이 질 수 있기 때문에, 타일 특성을 살리되 테라코타 색상만 적용하는 것이었죠.
선정한 타일은 모던하면서도 토분과 같이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오묘한 색상이었어요.
물론 공간에도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좋은 자재였죠.
나중에 알고 보니 국내 출시한 지 일주일이 채 안된 타일이라 많이 고생했어요ㅜㅜ
이제 막 부산항에 들어와서 풀지 않은 팔레트 그대로 받았답니다..ㅎㅎ
(5톤 트럭이 부산에서 강남 한복판 골목길에 짐을 내려주시는 진풍경이 벌어졌어요..
주변에서는 저런 대형 트럭이 강남 한복판 골목에 왜 있냐며.. 웅성웅성)
자재를 받는 과정이 힘들어도 프로젝트에 걸맞는 자재라면 어떻게든 받아야지요!

레이아웃
사실 레이아웃은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들이라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요.
심플할 수 있지만 공간의 효율성을 고려하고 전체적인 분위기에 어울리는 레이아웃을 고민했죠.
레이아웃은 정말 마지막까지 클라이언트와 함께 수정하고 수정하며 진행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카페 집기와 기기들을 함께 고민하시다 보니 추가되고 빠지는 일이 많았어요.
이에 따라 주방의 사이즈가 바뀌고 전체 레이아웃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쉽지는 않았답니다.
다른 것보다 클라이언트가 강력하게 요청하신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요.
바로 매장 내 창고 공간이었습니다.
이 공간은 직원 휴식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지저분해 보일 수 있는 집기 들을 놓는 공간이었죠.
그 집기 중 하나가 바로 싱크대였는데요.
사실 싱크대 뿐만 아니라 카페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 설비 시설입니다.
카페 머신과 온수 디스펜서, 싱크대, 얼음 제조기 등등 다양한 기기들이 급수를 필요로 하지요.
저희 현장은 이상하게도 1층이 식음료시설로 할당된 공간임에도 급배수 시설이 전혀 없었답니다.
일반적으로는 이러한 시설로 사용할 계획이라면 건축 단계에서 급배수 설치가 이루어지는데요.
급배수가 없다니.. 설비 공사가 꽤 크게 이루어지는 현장이었답니다.


이 급배수가 어느 지점에 설치 되는 지에 따라 레이아웃이 정해질 수 있었죠.
다행히 급배수를 설치할 수 있는 지점이 카페의 코너 부분이었고, 그 코너 부분에 창고가 자리 잡게 됩니다.
이 창고는 들어가는 기기를 최대한 타이트하게 고려하여 설계하였어요.
창고가 커지면 카운터와 손님 좌석이 비좁아 질 테니까요.
각종 기기들도 카운터 내에서 운영의 동선을 고려하여 배치하게 되었죠.

시공상 유의점

카페의 주방은 커피 머신과 이외 기기 종류에 따라 많이 달라집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고가의 무거운 커피 머신이 들어올 예정이었어요.
이를 위해 처짐이 생기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지요.
일반적으로는 PET나 MDF 합판 등을 활용해서 구조를 설치하는데요.
저희는 무게가 있는 기기들이 많이 올라가기 때문에 아연 각관으로 구조를 설치하였습니다.
주방 카운터 벽은 바닥 타일과 동일한 소재로 적용하는 디자인이었는데요.
타일을 카운터 벽체에 붙이면 생각보다 작은 흔들림에 깨지거나 뒤틀릴 수 있어요.
그래서 아연 각관으로 설치한 구조 위에 합판을 보강하여 베이스를 만들고, 타일 마감을 진행했습니다.
이때, 조금 더 탄력을 가지기 위해 실리콘이나 쉘터본드를 이용해서 타일을 마감하는 것이 안전하지요.
저희는 비용이 더 들지만 안전하게 설치하기 위해 쉘터본드를 활용해서 시공 하였답니다.

벽 도장도 생각보다 까다로운 공정 중 하나였어요.
기존 콘크리트 노출 천정에 최대한 유사하게 맞추고 싶었지요.
다만 오묘한 시멘트 색상의 차이가 있어 참 맞추기가 어려웠어요.
일반 시멘트와 백 시멘트를 가지고 조색을 하면서 만드는데요.
조색을 잘 하더라도, 이 시멘트를 바를 때의 결에 따라 색상과 패턴의 차이가 극명하게 두드러지는 것이었죠.

힘들 수 있지만, 저희는 만족하는 퀄리티가 나올 때까지 벽 도장을 진행했답니다.
부분적으로 샌딩도 하고 가루가 떨어지지 않게 투명 코팅으로 마무리하였고,
결론적으로 천정과 매우 유사한 질감의 벽체를 시공할 수 있었답니다.
프리레인의 색깔
톤앤매너와 레이아웃 이외에도 이 카페만의 특별함을 부각 시킬 수 있는 요소를 더 고민해보았어요.
카페가 건물 코너에 위치해 있고, 코너 2면 모두 넓은 유리창으로 노출되는 위치였죠.
이 넓은 유리창에 카페의 identity를 보여줄 수 있는 확실한 인테리어 요소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보았어요.

여러 가지 시도 끝에, 외부에서 봤을 때 볼 수 있는 넓은 바 테이블을 제안했어요.
사실 넓은 바 테이블은 20평 남짓한 카페에 효율성을 떨어트릴 수 있는데요.
기성 가구를 활용해서 더 많은 손님들을 앉을 수 있게 구성할 수도 있었지요.
하지만 어차피 테이크아웃 손님이 주를 이룰 것을 고려하여, 이러한 임팩트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 드렸어요.
클라이언트도 흔쾌히 동의해주셨지요. 저희로서는 이렇게 알아주시는 점이 굉장히 감사했답니다.
그럼 이제 이 바테이블을 어떤 형태로 만드는 것이 좋을까 고민을 하게 되는데요.
고민 중에 한 가지 특이한 현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실 카페 주위에 고층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어 낮에는 햇빛이 직접 들기 힘든 공간이에요.
저희가 현장 답사를 여러 번 갔는데, 오후 2시 쯤일까요?
동쪽으로부터 내부에 쨍쨍하게 햇빛이 드는 것이었죠.
볕이 들어도 서쪽에서 들어와야 하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밖을 보니 바로 옆 고층 건물의 커튼월 유리에 반사된 햇빛이 카페 안쪽 깊숙이 들어오는 것이었어요.
마치 동쪽에서 해가 떠있는 것처럼 말이죠.

이런 현상을 보면서 빛의 반사가 재미있는 아이디어이자 스토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바 테이블 위로 조명을 다는 대신에 빛 반사를 일으키는 철판을 설치했어요.
이 철판이 조명과 같은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죠.
클라이언트도 다소 실험적이긴 하지만,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다행히 좋아해주셨어요.
이 장치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빛이 아래에서 위쪽 철판으로 발산되어야 했죠.
바 테이블의 다리에 조명을 숨기고 위로 빛을 쏘아 철판을 비추었어요.

테이블 위쪽으로는 손님들의 시선에 빛이 방해되지 않는 높이에서 반사판이 설치되어야 했죠.
그리고 이 반사판이 평평한 거울보다는 '프리레인'답게 불규칙적으로 빛의 산란을 일으킬 수 있는 표면 처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울퉁불퉁한 철판 표면에서 빛이 산란되며 테이블에 맺히는 상이 마치 윤슬과 같은 효과일 것 같았어요.

이 장치가 좀 더 프리레인강남 만의 독특한 상징이 되면 좋겠다 하여
올록볼록한 패턴을 지닌 기성 철판을 쓰지 않고 수작업으로 제작하였어요.
이 철판에 대한 자세한 공정은 추후 Episode로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힘든 공정이었어요)
이렇게 카페는 나름의 스토리를 지닌 카페로 새롭게 런칭하였습니다.
인테리어는 이렇게 마무리가 되지만, 카페가 번창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굉장히 컸습니다.

다행히 오픈 후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신다고 하네요.
저희로서는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가끔씩 인스타나 네이버플레이스를 통해 카페를 보면 너무나 반갑고 궁금한 마음이 듭니다 :)
저희만큼 디자인에 대해 열정적으로 고민해주시고 지지해주신 클라이언트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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